
중국 산시성 핑야오는 과거 중국 명조시대의 금융 중심지로서 현재 개념으로 보면 토큰화된 ‘표호’를 발행해 어음을 결제하고 교환해 주던 은행의 발생지이다. 2019년, 중국 인민은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핑야오에 금·은 기념주화 세트를 제작해 기념하였다. 중국은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동시에 금융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미래 화폐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지털 위안화 시험에 돌입했다. 아마도 많은 기업의 CEO들은 아직까지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진 않고 있지만, 코로나19 인한 변화를 고려할 때, 디지털 화폐가 불러올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 전자 결제(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s, 이하 ‘DCEP’)로 알려진 공식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시작했으며, 시범 지역을 늘려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 확대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DCEP는 인증된 애플리케이션(전자 지갑)을 통해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완전히 디지털화 된 위안화를 의미한다. 디지털 위안화는 블록체인과 같은 보안기술이 활용되고. 두개의 지갑(일반적으로 무선 장치)을 접촉해 오프라인에서 송금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 통신(near-field communication, 이하 ‘NFC’) 기술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디지털화폐의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전 세계 통화당국들도 디지털 화폐를 시험하고 있다.
1 Phase 2 included a planned rollout to four member countries.
2 CBDC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Source: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central banks; PwC analysis
2009년 비트코인의 출현 이후 다양한 암호화폐가 생겨 났으며, 초기에는 이더리움과 같은 스타트업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최근에는 Facebook 등 유수의 기업이 암호화폐 발행에 참여하고 있다. Facebook은 암호화폐 프로젝트 Diem으로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경제환경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화폐 발행의 선구자로서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디지털 화폐와 관련된 중국의 노력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참조).
전 세계 기업 CEO와 최고 경영진은 가상화폐 환경이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 얼마나 준비되었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화폐의 역학관계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어 현금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디지털 사회로의 진화 속도를 볼 때, 이러한 중국의 대담한 행보는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2000년, 2,300만 명이었던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현재 9억 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대부분은 휴대전화만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사용자 수의 증가 및 지역적 확산은 막대한 ‘물리적’ 인프라 투자로 인터넷 사용자 수를 더욱 증가시켰다.
인터넷 사용자 수의 증가로 인한 효과 중 하나는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e-커머스와 온라인-오프라인 플랫폼이 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플랫폼 상에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인 Alipay와 Tenpay(WeChat Pay 서비스 기반)를 통해 거래 비용이 거의 없는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대중교통요금 결제와 같은 일상적인 거래 역시 확산되었다.
디지털 결제와 더 나아가 디지털 화폐 수요를 유발하는 잠재력이 큰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전 세계 기업들의 디지털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소셜 플랫폼 상에서의 거래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및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의 KPI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는 월별 active users에 중점을 두었던 반면, 이제는 일간 거래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 상의 구매거래 증가는 디지털 결제 수요를 촉진하고, 관련 기업 수의 증가로 이어졌다. 거래 및 결제의 디지털화는 빠른 거래 속도, 낮은 비용, 간소화된 결제 경로, 실시간 거래 정보 기록이 가능한 디지털 화폐와 관련된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게 되었다.
디지털 화폐 시장의 활기
시장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통화당국은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 85% 이상의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거나 시범 프로젝트를 수행 중에 있다. 2020년 10월,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이하 ‘BIS’)는 유럽 중앙은행, 영란은행,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및 일본중앙은행 등 전 세계 7곳의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이하 ‘CBDC’)에 대한 타당성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화폐가 어떻게 현금 및 기존에 존재하는 결제 시스템과 공존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기존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리고 금융혁신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에 대한 원칙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 및 태국 등에서도 디지털 화폐가 시험 단계에 있으며, 최근 바하마는 전 세계 최초로 CBDC를 출시한 바 있다.
중국 역시 디지털 화폐 발전을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7백만 건의 DCEP 거래가 있었으며, 거래액은 수 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10년 이내에 중국 전자 결제의 15%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시범 프로젝트에는 수 천개의 기업이 참여하였고, 개인 고객 역시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춘절 선물로 200 위안 상당의 ‘홍바오(붉은 봉투)’ 10만 디지털 화폐가 복권 방식으로 배포된 바 있다.
그리고 디지털 화폐의 민간 적용 또한 늘어나고 있다. Facebook의 Diem 프로젝트는 플랫폼 기업의 바람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가상통화(주로 암호화폐) 거래가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보유가 보다 수월해 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확산되고, 상거래가 디지털 플랫폼 형태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DCEP의 잠재성은 커지고 있다. 오늘 날 전 세계 거래의 약 4%가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다. DCEP는 중국기업들의 중국내,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글로벌 거래를 더욱 원활하게 할 것이다. 또한 거래 사기에 보호장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의 광범위한 사용 증가는 달러화와 유로화와 경쟁하는 전 세계 화폐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줄 것이다.
화폐시장 지형의 변화
디지털화폐의 잠재력은 암호화폐, 민간디지털통화, DCEP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현되고 있다.
규제는 암호화폐 시장의 확대를 촉진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통화당국 및 규제당국은 계속해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콩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기본지침 마련하고 있으며, 미국 통화감독청은 연방 은행과 저축은행들에게 디지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의 인증 거래를 허가했다. 중앙은행 및 감독당국과 큰 시장을 가진 경제강국들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감독 규정을 도입함에 따라, 관련 산업의 성장과 혁신은 가속화되면서 동시에 전통 금융기관들이 이 분야 진출에 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 도입을 위해서는 먼저 운영 및 컴플라이언스를 위한 비용이 지출되어야 하며 재 송금 시스템 역시 요구된다. 일부 은행들은 가상화폐 운영 관련하여 수익 창출 부서를 신설함으로써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또한 규제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산관리 상품,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암호화폐 투자자문 및 리서치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핀테크 상품 판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과 기존 뱅킹 업무 간 통합은 더욱 요구될 것이다. 수많은 거래정보를 담고 있는 가상화폐는 혁신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를 증가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는 조만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가장 편리한 디지털 거래는 모바일 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직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른 국가보다 모바일 결제 비율이 현저히 높은 중국에서 성공을 일궈낸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가상화폐 사용의 증가와 중국의 DCEP에 대한 확산 노력은 금융 및 비금융 기업 모두의 디지털 결제 옵션 및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Facebook의 Diem 프로젝트는 가상화폐 송금을 문자 메시지 전송만큼이나 용이하게 하고, 동시에 과도하게 부과되는 이체 및 송금 수수료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B2C 거래 증가로 국내 및 국경을 초월한 기업 간 거래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뱅킹 시스템은 광범위한 B2B 결제 기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소상인간의 거래(merchant to merchant)는 이미 증가하고 있다. 남미 구매자와 아시아 수출업자간 디지털 B2B 거래데이터는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보안 강화, 비용 절감, 결제 추적의 용이함 및 디지털 화폐 이용으로 가능해진 상업적 파트너십은 공급망을 개선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 이다.
리더는 새로운 환경에 더욱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 디지털 화폐 시대로 옮겨 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일부 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벌써 움직이고 있다. MicroStrategy와 같은 기술업체에서부터 MassMutual 등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의 가치 상승,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 또는 소비자의 구매 지원 등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규제 도입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성숙한 거래 인프라가 신속하게 마련되고 있다. 헤지 펀드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선물 및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가 증가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혁신적인 투자수단과 새로운 금융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편, 암호화폐 발행 기업 간 M&A 움직임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새로운 암호화폐는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으며 기존의 암호화폐 및 생태계가 자리를 잡음에 따라 기업들은 깊이 있는 금융 서비스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규제기관과 세무당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 증가와 감시강화는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시장 구축에 청신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진출 기업들은 디지털 화폐로 결제가 이루어 지는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미 디지털 화폐 사용에 익숙한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비즈니스 리더들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 시범 프로젝트의 진전사항, 중국 당국의 규제 변화 및 기업의 디지털 화폐 도입 속도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DCEP를 활용한 개별 거래가 축적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디지털 화폐 운영에 대한 시사점과 함께 B2B 사용 역시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길은 멀지만, 그 방향만은 분명해 보인다. 2021년은 중국에서 디지털 화폐의 대규모 도입을 위한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해이다. 2022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그 동안의 경과가 공개되고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참가 선수들과 관중들은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참가 선수들이 금메달을 향해 도전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보다 큰 경제적 가치를 지닌 디지털 화폐의 잠재력이 최초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