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헬스케어 산업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헬스케어가 개인적, 사회적, 재무적 가치를 창출하고 실현함에 있어 기술력과 소비자의 역할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금융이나 소매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고객 경험을 헬스케어 기업들에게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매업 및 소비자기술 기업들은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물리적/가상 공간을 제공하는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중이다.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케어 앱 기능들이 보편화 되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쉽고 빠르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장 수요의 변화에 맞춰 헬스케어 공급(의학기술) 측면에서도 신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 기술 및 체외진단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 개인의 유전, 환경 및 생활 특성 등을 고려해 개인 맞춤 처방을 내리는 –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기반의 치료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체 염기서열 및 프로파일링 기술의 발전과 다중체학(multiomics)의 등장으로, 암과 염증질환과 같은 중증질환들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정밀의학 기술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힘입어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근본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를 헬스케어 player들이 전략적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오늘날의 ‘수동적이고, 치료 중심’의 헬스케어 산업을 ‘능동적이고, 정밀한, 예방 중심’의 ‘라이프 케어’ 시스템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은 서비스 제공 및 비용결제 모델을 재정립하고, 규모가 확장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산업 변화는 기회를 넘어 이젠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봐야한다. PwC의 2021년도 글로벌 보고서 ‘Future of Health’에 따르면, 150명의 헬스케어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 ‘2035년까지 헬스케어 서비스는 환자의 니즈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일상에 온전히 접목된 헬스케어 솔루션을 바탕으로 개인화 및 디지털화된 예방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는 주장이 거의 만장일치로 제시되었다. 이에 반해, 현재 헬스케어 시스템은 주로 환자가 병에 걸린 후에서야 개입을 하는 등, 질병 ‘치료’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불필요한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정밀의료는 질병 치료를 ‘예방’ 및 ‘관리’까지 통합하는 개념이기에, 단 하나의 player가 소비자의 수명에 걸쳐 니즈를 충족시키는 자원, 솔루션, 인력, 데이터 등을 모두 다루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정밀의료 산업은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 제약업체, IT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새로운 생태계가 필요하며, 해당 이해관계자들은 정밀의료 산업 규모를 확장시키기 위한 포괄적 솔루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용 문제를 둘러싼 이슈들이 아직 존재하나, 정밀의료의 발전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상당하다. 정밀의료 서비스는 인간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기의 ‘예방’ 단계부터 개입함으로써 오진의 가능성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약물 및 진단 R&D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35년까지 헬스케어 서비스는 환자의 니즈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일상에 온전히 접목된 헬스케어 솔루션을 바탕으로 개인화 및 디지털화된 예방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될 것’
지금까지 정밀의료는 올바른 약을 적합한 환자에게 제때에 전달하는 능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다만 그것은 이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수 치료법에 불과했다. 특정 혈액암을 위한 자가유래 CAR-T 세포 치료제와 같은, 2차 치료제로 쓰이는 최초의 맞춤형 치료는 최근 상용화되었다. R&D 비용이 높은 이와 같은 특수 치료법은 대상 환자 수가 적어 그만큼 환자들에게 전가되는 가격 부담이 상당히 높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CAR-T 세포 치료는 치료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만 (미국 시장 기준으로) 50만 달러(약 6억 5,445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으며, 척추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치료를 위한 유전자 약제는 연간 10만 달러(약 1억 3,123만 원), 또는 평생치의 단일 투약을 210만 달러(약 27억 4,869만 원)라는 상당한 규모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완전히 발달된 정밀의료 시스템은 이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을 통해 일상 속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웰빙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며, 질병에 걸리기 전부터의 개인 상태를 이해하여 앞으로 다가올 위기와 기회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밀의료 시스템은 질병과 위험 인자, 후성유전학(epigenetic)과 연관된 바이오마커(biomarker), 백신과 의료용 스캔과 같은 예방 조치까지 포함하여 개인의 유전적 소인에 대한 이해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가동되고 인간 독창력으로 계획되어, 의료 기관과 환자 본인에게서 수집된 의료 데이터는 빠르게 질병 위험을 감지하고 이른 중재를 가능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개인이 아프면 부작용이 거의 없는, 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치료를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간병’이라는 영역도 전통적인 건강 관리의 역할에서 영양이나 피트니스와 같은 인접 영역의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사례가 현재 진행 중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네옴(Neom)이라는 이름의 초현대적인 “스마트 시티”가 개발되고 있으며, 네옴은 정밀의료 시스템을 초석부터 쌓아 올리기 위한 잠재적 기반이 될 것이다.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온전히 개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end-to-end 시스템이자, 전통적인 의료의 영역을 넘어서며, 헬스, 웰빙과 바이오테크가 통합된 생태계”를 개발하는 것이 네옴의 목표다.
정밀의료는 전통적 방식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될 만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사례가 있어야한다. 즉, 정밀의료 시스템은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창출할 수 있는지를 배워야한다. 일상적으로 웰니스와 예방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는 환자의 건강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높은 비용의 추후 진료를 저지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미리 제공함으로써 총 건강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전체 인구 관점으로 보자면,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국가 보건 지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프리젠티즘(회사에 출근했으나 신체적 컨디션이 비정상일 때 업무의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과 병가를 감소시켜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사례는 종종 질병의 범주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현재의 신경질환 치료 요법들은 질병의 진행 과정을 늦출 뿐, 예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신경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 지출은 낮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심장대사학 질병과, 암, 전염성 질환 등과 같은 고가의 질병들은 생활 습관 개선, 질병 검사 및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기에 이에 쓰인 의료 비용은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3,400만 명의 미국인이 당뇨병 환자이며, 8,800만 명의 미국 성인이 당뇨 전단계의 상태라고 추정한다. 매년 미국 의료 비용의 1/4는 당뇨 환자들을 돌보는데 소비된다. 연간 직접 의료 비용은 2,370억 달러로 추정되며, 추가적으로 900억 달러가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로 손실된다. 한편, 당뇨 위기 환자 중 제2형 당뇨병 발생률은 생활 습관 개선으로 58% 줄어들 수 있고,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활용하면 플라시보 효과 대비 31%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연구원들에 따르면 여섯 가지 일반적인 질환(암, 당뇨, 심장병, 고혈압, 폐질환과 뇌졸중)을 대상으로 정밀분자진단검사(precision molecular diagnostics)나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을 사용하면, 발병 위기에 처한 환자들을 판별하고 예방적 치료(prophylactic therapy)를 가능케 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50년 동안 발병률이 10% 감소 시 최소 330억에서 최대 1,14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정밀 심리(precision mentality)도 약물과 진단 R&D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정밀한 방식을 통해, 계층화된 환자 집단에서 약물 효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타겟을 식별하여 총 비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신약개발의 높은 효능과 성공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생물 의학, 임상학, 사회학과 행동 과학적 정보를 융합하는 계산적 지식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정밀의료는 임상시험 과정의 효율성 증가와 신약개발 가속화에도 기여한다. PwC 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심지어 보수적인 추정치로도 신약개발에 있어 정밀의료는 기존 방식 대비 17% 높은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으며, 이는 곧 전세계적으로 연간 260억 달러의 잠재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다만, 소비자들은 CAR-T 세포 치료(20만~30만 달러)처럼, 혁신 치료법의 비용 증가와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고가의 예방 이니셔티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해당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밀의료와 질병 예방 이니셔티브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소비자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정밀의료 시스템의 발전은 예방이라는 영역을 더욱 강조한다. 7개국(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영국과 미국)의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PwC 서베이에 따르면, 질병 예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7%가 예방적 건강 관리에 대해 ‘높은 수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이들 중 3분의 1은 ‘삶의 매순간을 최대한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4분의 1은 ‘수명 연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방을 위한 정밀의료 방식은 개인의 의학적, 유전학적 정보에 대한 이해뿐 만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행동, 환경적 조건에 대한 인사이트를 포괄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된 가족력을 지니고 있는 환자들에게 테스트를 받게 하여 그 병환이 발현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건강검진을 더 자주 진행하여 보다 이른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글로벌 서베이에 따르면, 암이 제일 먼저 예방하고 싶은 질병이며, 그 다음으로는 심혈관계 질병과 신경퇴행성 질환 순서대로 예방하고 싶은 질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통합 소비자-공급자 헬스 시스템(payer-provider health system)인 Geisinger는 ‘MyCode’ 프로그램을 통해 유전적 정보를 추출, 활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초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주로 유전적 유방암 및 대장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그리고 심장 질환을 다룬다. 2007년에 런칭된 이후로 300,000명의 참여자들 중 약 185,000명의 DNA 염기서열결정(DNA sequencing)을 진행했으며, 그 중 142,000개의 배열을 분석한 뒤 약 3,300명의 위험군 환자들에게 30가지가 넘는 이상 증세에 대한 의학적 대응 방안이 포함된 시험 결과를 전달해 주었다. 결과에 대해 즉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매번 존재하지는 않으나, 이러한 시험을 통해 자폐증, 간질, 조울증, 조현병과 같은 신경발달장애 및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만한 유전적 요인에 대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또한, 정밀의료 시스템은 예방 목적으로 활용될 만한 실시간 데이터의 규모를 상당히 늘릴 수 있는 홈 모니터링 시스템, 환자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앱 등을 활용한다. 실시간 데이터들이 통합되어 전자건강기록(EHR)에 연결되면,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은 초기에 이상 증세를 감지하고 환자와 함께 예방을 위한 action plan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미국 정부가 연구원들에게 3,700만 달러를 지급하며, 애플워치와 연동되는 아이폰 앱을 활용해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증세가 있는 환자들의 항혈전제 사용량 줄이는 동시에 뇌졸중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시켰다.
한 가지 문제를 꼽자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웰니스 또는 질병 예방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미 실행하고 있는 반면, 그들은 건강한 식습관, 정기적 건강검진, 더 나은 생활 방식 추구 등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모든 서베이 응답자들 중, 영국인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향이 29% 수준으로 가장 높았으며, 일본인들은 3% 수준의 가장 낮은 의향을 보였다. 전세계적으로는 높은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앱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향이 가장 낮았으며, 심지어 45세 이하의 소비자들 중에서도 약 25%의 인원만이 디지털 솔루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서베이에 따르면 경제적 접근이 질병 예방의 주요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0%가 질병 예방에 대한 투자를 방해하는 주요 요소로 ‘비용 지불 능력 부족’을 꼽았으며, 그 뒤로 ‘예방에 대한 이해도 부족’(23%)과 ‘예방을 위한 기회 부족’(20%)을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정밀의료 비즈니스 모델이 소비자들이 본인 건강에 대해 상당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그들의 비용 지불 능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소비자들의 디지털 헬스 기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 또한 보여준다; 모바일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일상 생활에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주며, 예방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개인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데이터 공유 및 분석을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에 대해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누군가 질병에 걸리면, 미래의 정밀의료시스템은 올바른 치료를 적합한 환자에게 보다 신속하고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다. 정밀치료법과 정밀진단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당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수십년 전부터 시작된 암 치료법의 발달 속도는 기술과 유전학의 지속적인 발전 덕분에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 새로운 기술 발전을 통해 임상의들은 한층 더 정밀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정확하게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종양 타입에 따라 구분된 천편일률적인 치료 방식에서, 각 환자들의 종양 내 특정 변이 및 단백질 발현 정도 등 개인 특징들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방식으로 발전된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의 추정치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오늘날의 500억~600억 달러 사이의 규모에서 2028년 1,440억의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암에 대한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성장 규모 중 상당 부분은 종양학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적으로 암 환자의 수가 2020년 1,900만 건에서 2040년 약 3,000만 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종양학 외의 영역에서도 많은 기회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유전자 검사는 신생아 당뇨, 신생아 경련, 콜레스테롤 수치 등의 증상에 대한 정밀진단을 수행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파악해줄 수 있다. 실제로 의사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C형간염 바이러스 질환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찾아 처방해준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 액체생검(liquid biopsy),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다중체학(multiomics), 다중분석(multiplex testing), 그리고 디지털 진단법(digital diagnostics)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 보다 정밀한 진단과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종양학과 관련 있으나, 새로 부상 중인 진단법들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검사에 활용되었던 다중분석법(multiplex assay)을 통해, 여러 증상을 지닌 사람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의료 시스템으로 하여금 해당 공중 위협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원한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어느 독일 회사는 실제 환자와 임상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디지털 음성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바이오마커는 치매 초기 단계의 인지 감소 현상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와 질병 생물학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는 개인화 치료법의 발전을 가속화시켰으며, 향후에도 정밀의료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북돋을 것이다. 공급자 시스템은 정밀치료법을 용이하게 하고, 환자의 치료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밀진단법을 임상 치료에 더 긴밀히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암 치료 영역에서부터 적용되었던 일부 정밀치료법들에 대해서는 기타 질병에 대한 잠재적 치료 효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약물유전학 검사의 사용 확대를 통해 우울증과 고콜레스테롤과 같은 증세들에 대한 처방의 시행착오를 조금씩 줄일 수 있다. 환자의 유전적 특성으로 인해 효과가 미비할 수도 있는 1차 치료를 바로 진행하는 대신, 의사는 환자의 약물유전학적 검사 결과를 활용하여 해당 환자에게 부작용이 거의 없는, 가장 적합한 처방을 신속하게 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종양항원을 인지하여 제거하기위해 환자나 기증자의 면역 세포들을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CAR T-세포 치료법이 현재까지 약 6 종류가 출시되었다. 이 치료법으로 특정 혈액암을 치료할 수 있으며,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자들은 동시에 고형종양을 대상으로 한 CAR-T 세포 치료법에 mRNA 백신을 활용하고자 하며, 액상종양과 고형종양 모두 제거할 수 있는 면역항암요법 CAR-NK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CAR T-세포 치료법을 심장대사증후군(cardiometabolic disorders),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s), 섬유화증(fibrosis) 등, 다른 질병 분야에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환자 혹은 기증자들의 줄기세포를 사용한 치료법은 일부 면역체계와 혈액암 분야에서 그 효과를 인정받았으며, 향후 척추손상, 제1형 당뇨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심장병, 뇌졸중, 화상, 암, 그리고 골관절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러스성 벡터 유전자 치료는 혈우병(hemophilia)과 척수성 근위축증과 같은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초래된 유전성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치료법이 초희귀질환에 집중했던 반면,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유전자 치료법은 혈우병 A 등의 보다 넓은 영역에 적용되고자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된 mRNA는 전염성 질환을 위한 백신이나 CAR-T 세포 항암치료법 이상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연구자들은 심부전과 유전성 대사 질환을 포함한 질병에 대한 mRNA의 치료 잠재력을 연구 중이다. 지난 2022년 12월, 독일의 제약회사 Merck와 Moderna는 mRNA 기반의 암 백신으로 흑색종(melanoma)를 제거하는 시험을 진행하여, 긍정적인 시험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새로운 치료법들의 효과가 하나씩 입증됨에 따라, 실사용 증거 – 전통적 방식으로 기록된 건강 데이터부터 앱 및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된 신규 정보까지 – 에 대한 수집이 치료법의 임상적 효과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실사용 증거 생성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간의 긴밀한 협력과 더불어 기술적 발전 및 데이터 공유가 요구된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비롯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정보와 기술 발전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밀의료 분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사용되는 데이터는 환자 의료 기록, 보험 청구 내역, 원격 디바이스 모니터링, 소비재 웨어러블 기기와 어플리케이션, 생의학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등이다.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듬어진 데이터 정보들은 1) 질병을 예측 & 예방할 때, 2) 고도로 정밀한 제약 기술을 연구, 개발, 실행할 때, 3) 약물과 치료 방식의 효과성을 측정할 때 실질적 증거로써 활용된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청은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을 활용한 의료 기기 300개 이상을 승인하였다.
헬스케어 관련 사업자들이 환자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을 활용하는 연구와 프로젝트에 크게 관심을 쏟고 있으며, Google의 DeepMind와 같은 선진 기관은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으로 기술 혁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PwC의 Bodylogical 툴은 신체를 디지털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그려낸 디지털 트윈을 창조하여, 제약사들이 모의 시험을 통해 특정 치료 요법이 서로 다른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PwC Switzerland와 NeuroTransData 의사 네트워크 조직이 공동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는 개별 환자에게 적용될 다발성 경화증(sclerosis) 치료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 툴은 10년 이상의 기간동안 축적된 25,000명 이상의 환자들의 다양한 형태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 케이스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의사들은 환자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그 환자가 특정 치료 약물을 투여 받았을 때 환자의 병증이 악화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밀 라이프 케어 실현을 위한 데이터 활용 분야는 그건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는 다수 존재한다.
기존의 헬스케어에서 정밀 라이프 케어로의 전환을 돕는 도구와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현재 구조적 환경을 고려하면 정밀 라이프 케어로의 전환에 힘을 실어줄 인센티브와 행동변화를 일으킬 만한 영향력이 부족하다. 궁극적으로 이 전환의 속도는 현 헬스케어 시스템의 새로운 업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기술적 변화 및 소비자들의 이해도에 달려있을 것이다.
여러 국가에서 가치 기반 케어(value-based care)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은 아직도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대부분 공공 및 민간 보험기관들로부터 보상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헬스케어 시스템은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의 건강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장려하지 않는다. 이를 고려 시, 비즈니스 모델은 자기 구성원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기관을 포상하고 개인이 본인의 건강에 대해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정밀 라이프 케어로의 전환은 규제 기관에서 이 새로운 모델을 반영하는 보험급여 시스템을 마련할 경우에 한해 가능해질 것이다. 정밀의료시스템을 지원하는 생태계는 오직 이해관계자들이 투자에 상응하는 보상을 보장받을 경우에 한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민간 의료 보험 정책이 존재하는 나라의 경우, 정밀의료시스템을 뒷받침할 급여 체계는 건강 및 예방에 대한 민간보험사의 투자가 재정적 이익으로 귀결되기 전에, 보험가입자인 개별 환자가 다른 의료보험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민간보험사의 투자이익은 단순히 소비자들이 의료 지출을 줄이는 형태로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존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정밀의료시스템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은 그에 맞춰 전략을 재정립해야한다. 공공 및 민간 소비자들은 1년 예산 관점에서 수년의 건강 상태의 관점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약사들은 정밀 의료 솔루션 개발과 공급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각 환자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을 것인지 결정해야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 더 많은 처방과 치료 결정이 임상 효과 연구 기반의 알고리즘을 통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판매 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1차 의료기관이 정밀의료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이들이 대부분 환자들의 첫 교류 지점이기 때문이다. 1차 의료기관의 질병 예방 활동을 이끌어줄 수 있는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업스킬링(upskilling)이 필요하다. 의료기관들은 건강 모니터링 기술, 데이터 분석, 유전자 검사와 유전체 시퀸싱을 위한 소견서, 그리고 결과에 따라 유전자 전문가에게 소견서를 써주는 역할 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유효한 데이터를 치료 시점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들은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개인들은 보다 더 능동적인 자세로 건강 관리와 예방 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며, 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포함해 본인의 건강에 대한 주도권을 져야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고방식, 비즈니스 접근 방식, 자본 배치, 이익 분배 및 가치 창출 측면에서의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향후 많은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같은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한다면 큰 리스크가 따를 것이다. 기존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정밀 라이프 케어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가 곧 재정적, 개인적, 사회적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
번역 감수: 삼일PwC경영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