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 기업들의 주식이 유사한 외국 기업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주로 투자자들이 재무 성과와 순자산 규모가 유사한 외국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에 더 낮은 평가지표를 부여할 때 발생한다. 이 현상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하며, 투자에 있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국 상장 기업 PBR 비교 (10년 평균)
자료: Bloomberg, 삼일PwC경영연구원
주요국 상장 기업 PER 비교 (10년 평균)
자료: Bloomberg, 삼일PwC경영연구원
*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ROE)이란 기업이 자본을 이용하여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당기순이익 값을 자본총계로 나누어 구한다.
주요국 상장 기업 ROE 비교 (10년 평균)
자료: Bloomberg, 삼일PwC경영연구원
주요국 배당성향 비교
(단위: %) | 한국 | 대만 | 중국 | 인도 | 신흥평균 |
2023년 말 | 40.5 | 57.6 | 30.5 | 64.7 | 45.2 |
10년 평균 | 26.0 | 55.0 | 31.3 | 38.5 | 39.6 |
미국 | 일본 | 영국 | 선진평균 | ||
2023년 말 | 37.1 | 36.2 | 42.5 | 42.2 | |
10년 평균 | 42.4 | 36.0 | 129.4 | 49.5 |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밸류에이션 중 대표적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쓰인다.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배수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ROE를 기록할 경우 시장에서 높은 PBR 배수로 거래된다.
PBR 기준의 기업가치가 제고되기 위해서는 적정 PBR* 배수가 상승해야 한다. 이론적 적정 PBR은 (ROE – g)를 (COE – g)로 나눈 값이다. 적정 PBR 배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분자인 ROE가 상승하거나 분모인 COE(자기자본비용)가 낮아져야 하고 이는 ROE개선과 COE 하락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극대화될 수 있다.
ROE는 자본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이익이 더 빨리 늘어나야 수치 개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본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환원, 대표적으로 배당성향을 확대하게 된다. 배당성향을 확대할 경우 동일한 이익 규모에도 불구하고 ROE 개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듯 ROE 개선에는 속도 개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익 성장도 중요하지만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은 속도감 있게 ROE를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M&A를 통해 신사업 진출 또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이익성장 그리고 저수익 사업 분리 매각을 통해서도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COE를 낮추는 방안은 주주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서 낮출 수 있다. 투자란 불확실성이 따르기 마련인데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우 신뢰가 쌓이기 마련이고 이는 주가 변동성이 낮아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경영계획, 실적발표, 목표 달성 여부와 향후 달성 계획 등을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고 싶을지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문제다.
* 적정 PBR = ROE ÷ (COE - g), COE(Cost of Equity 자기자본비용), g: 영구성장률
PBR 개선을 위한 Framework
ROE (자기자본이익률) ▲ | COE (자본비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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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주주환원 |
주주가치제고 계획 작성ㆍ공표 적극적인 소통 |
자료: 삼일PwC경영연구원
2020년 빙그레는 해태제과의 빙과사업부인 해태아이스크림을 1,350억원에 인수했다. 산 쪽도, 판 쪽도 모두가 이득이다. 해태제과는 만년적자였던 아이스크림 사업을 떼어내고 재무적 개선을 이루었으며, 빙그레도 규모의 경제로 롯데웰푸드와 빙과시장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당초 적자 사업 인수로 빙그레의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양사 모두 주력사업에 집중하니 수익성 개선은 저절로 따라왔다.
2021년부터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로 빙그레는 빙과부문 매출액 1,600억원이 증가한다. 인수 이후 안정화 단계를 거친 2023년에는 전사 매출액 1조 3,9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122억원을 달성했다. 인수 전 매출액은 1조원에 미치지 못했고 영업이익도 3~400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2023년에는 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M&A 시너지 효과가 재무 실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빙그레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연결기준)
자료: 빙그레, 삼일PwC경영연구원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빙그레는 롯데그룹과 1,2위를 다투는 양 강 구도를 형성했다. 빙그레는 생산 설비와 물류, 유통을 공유하며 비용을 절감해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홍보모델을 공동 발탁하는 등 주력 브랜드의 캠페인∙광고를 동시에 진행하며 마케팅 시너지 전략을 펼쳤다. 통합 브랜딩과 개별 브랜딩을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사용해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으며 원유 등 원재료를 공동구매로 원가 절감 효과도 꾀하고 있다.
빙과업계 시장 점유율
자료: 한국농수산식품공사, 삼일PwC경영연구원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 시절 적자사업이었다. 빙그레에 인수된 이후 공동 마케팅 및 유통망 활용 등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 자체 실적도 좋아졌다. 2021년 21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147억원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해태아이스크림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
자료: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삼일PwC경영연구원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사업부 매각 재원을 부채상환과 과자공장 신규 설비 투자에 사용했다. 매각 전 해태제과의 부채 비율은 2019년 210% 수준에 달했으나 매각 이후 부채비율은 135%로 떨어졌다. 이후 부채비율이 상승하기도 했으나 2023년 기준 155% 수준으로 매각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과자 사업에 집중한 결과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사업부 매각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하락하지 않았고 2023년 매출액은 6,249억원, 영업이익은 457억원을 달성했다. 투자가 미뤄졌던 생산라인에도 본격 투자가 가능해져 생산의 효율성도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태제과 매출액 및 영업이익
자료: 해태제과, 삼일PwC경영연구원
해태제과 부채비율 추이
자료: 해태제과, 삼일PwC경영연구원
JPX는 ‘24년 2월 자본비용 · 주가를 고려한 경영의 각 세부활동별 주요 사례를 공개했다. 투자자들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활동이 우수한 법인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활동내역을 제시했다. 단계별 이행권고사항에 기초하여 세부활동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중 주주와 소통을 통해 COE, 즉 자본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한 기업 중 3곳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살펴본다. 기업가치 제고 활동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중 경영진 소통과 소통정보 공시 2개 모두 합격점을 받은 TOA CORPORATION, Mitsui Chemicals,Inc, SANYO SHOKAI LTD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기업가치 제고 활동
구분 | 주요 내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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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황 진단 | 투자자 관점에서의 자본비용 정보 제공 | - 기업이 인식한 자본비용 및 모델 · 변수 정보 - 자본비용과 수익성 지표 간 비교 |
투자자 관점에서의 다각적인 지표 분석 · 평가 |
- 각 지표에 대한 기간별 · 요소별 · 사업부문별 · 경쟁사별 분석 - 기업의 평가 및 개선방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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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점검 | - 재무제표 기반 분석 및 중장기 목표 재무제표 설정 | |
2. 계획수립 | 자원(자산 또는 현금)배분 계획 |
-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 자본(현금)배분계획 수립 - 전사적 차원의 자본효율성 관리 |
자본비용 절감 계획 | - 자본비용 절감방안 - 비재무적 지표 개선방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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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연계 보상체계 | - 중장기 기업가치 연계 임직원 보상체계 구축 | |
중장기 목표달성 방안 | - 중장기 계획의 구체적 실행안 - 상황변화에 따른 목표 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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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통 | 경영진의 적극적 소통 | - 소통 전담조직 운영 - 투자자와의 소통기회 확대 - 투자자 의견의 이사회 보고 및 대응조치 |
투자자 맞춤형 접근방식 | (구체적인 사례 미제시) | |
소통정보 공시 | - 투자자와의 소통내역 및 후속조치 공시 |
자료: JPX, 삼일PwC경영연구원
TOA CORPORATION의 경우 ‘Corporate Communication Office’라는 투자자 전담 부서의 신설을 통해 정보 공개 강화에 대한 노력을 보였다. 해당 노력은 경영진이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 방식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 경영진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에 대해 투자자들의 낙점을 받았다.
또한 회사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영어 공시를 포함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있으며, 투자자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의견은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보고되며, 대책 검토에 반영되고 있음을 공시했다.
국내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도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IR 전담 부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많다. 재무와 기획 그리고 홍보 등과 묶어서 IR을 수행하는 회사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인력 수급 문제나 비용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전문적인 IR/PR 업체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IR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투자자 대응에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투자자 소통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IR 전담 조직 구성 또는 IR/PR 전문 업체를 활용한 적극적인 주주와의 소통이 자본비용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데 있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 될 수 있다.
출처: TOA CORPORATION
외부 이사와 투자자간 원탁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이러한 회의내용을 공시한 점이 우수사례로 지정되었다. 또한 투자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문의되는 M&A 관련 분석 및 기타 정보를 공개한 점 또한 우수한 점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IR 관련 자료가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지만 사외 이사와의 회의 내용이나 회사를 방문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질의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관 투자자뿐만 아닌 개인투자자 비중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Mitsui Chemicals, INC 공시 내용은 한국 기업과 비교해 보면 시사점이 크다.
출처: Mitsui Chemicals, INC
주주와의 주요 대화 내역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공개하고, 대화를 통해 얻은 의견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공시한 점도 우수 공시 사례로 선정되었다.
주주와 주요 대화 내역을 공시한 것에 한발 더 나아가 의견과 후속조치까지 공시했다. 투자자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과 회사의 경영계획 그리고 주주 의견을 반영한 후속조치까지 공시하면서 신뢰를 얻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소통은 주주들의 장기투자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출처: SANYO SHOKAI LTD.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핵심은 ROE를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높이자는 것이다. ROE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이익 증가속도가 더 빨라야 가능하다.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ROE를 개선시키는 방안도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 훌륭한 방안이지만 속도감 있는 ROE 개선에는 M&A 등 전략적인 접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표적인 윈-윈 사례로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사례를 살펴보았다. M&A 이후 단기간에 ROE가 개선되기를 기대할 순 없으나 인수 후 안정화 단계를 거친 후에는 매출액 상승, 규모의 경제 달성 등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며 유통망, 마케팅 등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모든 경영전략이 일시에 주가로 투영되기는 어렵다.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실제 성과 및 시너지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경영진은 이러한 계획과 달성 여부 진행 사항을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투자란 궁극적으로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것이므로 다양한 수단을 통한 정보제공은 주가 변동성을 낮출 수 있고 이는 곧 자기자본비용 하락으로 연결된다.
JPX에서 선정한 투자자와의 소통 우수 사례로 선정된 기업들의 공통점은 숨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알리는 채널 확대에도 애썼다는 점이다.
경영을 잘해서 이익만 잘 내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지속적인 ROE 개선이 요구되고 적극적인 주주와의 소통도 한층 더 요구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들이 한국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전략 수립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