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의 길어진 노후를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퇴직금을 단순히 꺼내 쓰기만 할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더 키워 나갈 자산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 세대의 고민이다. 정부도 국민의 노후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있으나, 정작 퇴직연금을 얼마나 납입하고, 어떻게 운용하고, 언제 수령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소소한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다음과 같은 퇴직연금의 세제혜택을 납입부터 운용, 그리고 수령 단계별로 간략히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퇴직연금 가입자의 단계별 세제혜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다음과 같다.
납입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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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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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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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연금계좌 세액공제 : 가입자 추가납입을 통한 세액공제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 계좌에 회사 부담금 이외에 본인이 추가납입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인 경우 본인의 DC형 퇴직연금 계좌에 직접 추가납입하거나 별도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추가납입하는 방법으로,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에는 별도의 IRP 계좌를 만들어 추가 납입하는 방법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 DC형 퇴직연금, IRP를 모두 합하여 연간 1,800만원을 한도로 납입이 가능하며, 이 중 연 900만원의 납입액까지는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이 경우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종합소득 4,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3.2%(지방소득세 포함, 이하 동일), 그 이하인 경우 16.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므로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인 900만원까지 모두 채워 납입한 경우에는 최대 148만 5천원의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표1] 납입한도 및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편, 연간 900만원을 납입한도로 세액공제가 적용되므로 해당 한도를 초과해서 퇴직연금 계좌에 추가로 납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DC형 퇴직연금 또는 IRP와 같은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해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후술하는 과세이연 효과와 손익통산 효과 등을 누릴 수 있으므로, 여유자금이 있다면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하여 납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② 경영성과급 DC 제도를 통한 절세 가능
경영성과급 DC 제도는 회사가 임직원과 합의한 퇴직연금 규약에 따라 경영성과급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직원에게 지급하지 않고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렇게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하면 적립시점에는 근로소득으로 과세되지 않고 향후 인출할 때 퇴직소득 또는 연금소득으로 과세된다(원천세과-276, 2014. 8. 5., 원천세과-364, 2013. 6. 20.). 즉, 근로소득에 비해 퇴직소득 및 연금소득의 세부담이 낮으므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세시기 또한 이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경영성과급 DC 제도는 가입자가 적립금액 등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는 등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소득칙 §15의 4), 임원은 소득세법에서 정한 퇴직소득 한도 이내의 금액만 퇴직소득으로 인정되어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퇴직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므로(소득법 §22 ③), 퇴직소득 한도를 고려한 경영성과급 적립비율 설정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① 퇴직소득세의 과세이연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퇴직소득세가 곧바로 과세되지 않고 퇴직연금을 실제 인출하는 시점까지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연된다. 과세이연이란 세금을 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과세하지 않고 그 이후의 특정시점, 예컨대 퇴직연금의 경우에는 인출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퇴직연금 가입으로 인해 퇴직소득세가 퇴직시점이 아닌 실제 인출시점까지 과세이연되며, 이로 인해 인출시점까지 이연된 퇴직소득세는 퇴직연금의 운용기간 동안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투자재원으로 활용되는 이점이 존재한다.
② 운용수익의 과세이연과 손익통산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도 그 발생시점이 아닌 실제 인출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즉, 일반 계좌를 활용해 펀드 등에 투자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은 배당소득 등으로 소득세(세율: 15.4% 등)가 과세되는 반면,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간에 발생하는 이익은 발생시점이 아닌 추후 인출시점에 과세된다. 그러므로, 퇴직연금 운용 단계에서 발생한 수익은 인출 전까지는 세부담 없이 재투자하면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손익통산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혜택 중 하나다. 어느 해는 투자이익이 발생하고 다른 해는 투자손실이 발생하거나, 또는 동일한 연도일지라도 어떤 상품에서는 이익이, 다른 상품에서는 손실이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런데 퇴직연금 계좌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연도별 투자손익과 상품별 투자손익이 모두 통산된다. 즉, 기간별, 상품별로 발생한 손실을 제외하고 이익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과 이익을 통산한 후 계좌에 남아 있는 수익금을 인출시점에 과세하므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과세소득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③ 금융소득 종합과세 배제 효과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여 고율의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을 통해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발생하는 금융소득은 퇴직연금 인출시점에 과세되므로, 퇴직연금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종합소득 합산과세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추후 인출시점에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절세도 가능하므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절세 목적으로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① 회사 부담금 : 연금 수령시 퇴직소득세 30% ~ 40% 감면
퇴직연금은 소득원천과 수령방법(연금수령 vs. 연금외수령)에 따라 아래 [표2]와 같이 연금소득, 퇴직소득 또는 기타소득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아래 [표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퇴직연금 내의 금액 중 소득원천이 “회사 부담금”의 경우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연금수령1을 하는 경우에는 연금소득으로 구분되어 일시금으로 수령한 경우보다 퇴직소득세의 70% 또는 60%만 부담하면 된다.
즉, 연금수령1을 하면 연금소득세율이 연금 수령 10년차까지는 퇴직소득세율의 70%가, 11년차 이후에는 60%가 적용되므로,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보다 퇴직소득세를 약 30% ~ 40%를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세효과는 10년차까지의 연금수령액보다 11년차 이후의 연금수령액을 늘리게 되면 더욱 더 커지게 된다.
[1] 연금수령이란 원칙적으로 아래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말하며, 연금수령 외의 인출을 ‘연금외수령’이라고 한다.
연금수령 요건
① 연령: 만55세 이후 연금수령 개시를 신청한 후 인출할 것
② 가입기간: 연금계좌의 가입일부터 5년이 경과된 후에 인출할 것 (다만, 이연퇴직소득이 연금계좌에 있는 경우 제외)
③ 수령한도: [연금계좌 평가액/(11-연금수령연차) x 120%] 이내에서 인출할 것
[표2] 퇴직연금 소득원천별·수령방법별 소득구분
[2]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은 회사 부담금의 퇴직 전 운용수익 포함(서면-2022-원천-0071, 2023. 7. 19.)
② 세액공제를 받은 가입자 납입금과 운용수익 : 연금수령시 저율의 연금소득세율 적용
“가입자 납입금 중 세액공제 적용분”과 “운용수익”을 연금수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종합과세 대상이나 분리과세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분리과세란 연금수령액을 기준으로, 연금수령액이 연간 1,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저율(수령 당시의 연령에 따라 3.3%, 4.4%, 5.5%, 종신연금의 경우에는 4.4%)의 세율이 적용되고, 연금수령액이 연간 1,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6.5%의 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소득구분과 과세방법을 요약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3] 가입자 납입금과 운용수익의 소득구분과 과세방법
[3]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의 회사 부담금에 대한 퇴직 전 운용수익을 제외한 운용수익 (서면-2022-원천-0071, 2023. 7. 19.)
③ 인출 순서 : 납세자에게 유리한 순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퇴직연금은 그 소득원천과 수령(인출) 방법에 따라 소득구분과 과세방법이 달라지게 되며, 연금계좌에서 일부 금액을 인출하는 경우 ①가입자 납입금(세액공제 미적용분) → ②회사 부담금(이연퇴직소득) → ③가입자 납입금(세액공제 적용분) 및 운용수익의 순서대로 인출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소득령 §40의 3 ①). 한편, 연금계좌의 운용에 따라 원금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인출 순서와 반대의 순서로 차감된 후의 금액을 연금계좌의 잔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소득령 §40의3 ⑤). 이러한 인출 순서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납세자에게 유리한 순서대로 적용된다고 이해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표4] 일부 금액 인출시 인출순서 예시
[표5] 운용손실 발생시 손실차감 순서 예시
2005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정을 통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2023년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382.4조원에 달하고 최근 5년간 2배 성장하는 등 그야말로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비율은 고작 10.4%(2023년 기준)에 불과하고, 대부분 일시금 형태로 수령하고 있다4.
퇴직연금에 대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퇴직금을 장기적인 적립과 연금 수령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라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중도에 인출하거나 또는 일시금 형태로 수령하게 되면 앞에서 살펴본 연금수령을 예정하고 설계된 다양한 세제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백만장자의 70%가 이른바 401(k)라 불리는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자산을 축적했다는 최근 기사를 볼 때5, 안정적인 노후준비를 위한 퇴직연금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며 아울러 퇴직연금이 노후를 대비하는 필수적인 안정장치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포함한 퇴직연금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2023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 2024. 5.
[5]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백만장자 70%, 401k 연금으로 저축해 부 축적”, 2024. 10. 16.